[ 언론 ] KMX, 매일경제 1면 톱 보도자료(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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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8-31 09:18 조회13,990회 댓글0건본문
"헐값에 내놔도 안팔려요"…한국, 기업하기 싫은 나라가 됐나
中企·벤처매물 410건 중 성사건수 10건도 안돼
값을 더 내려서라도 회사를 팔겠다는 분이 부지기수입니다. 대부분 거절하고 있습니다. 펀드 규모가 한정돼 있는데 무작정 살 수는 없잖아요. 우리와 방향성이 맞는 기업이 아니면 사기가 어렵습니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PE) 대표가 인수·합병(M&A) 시장 얘기를 하던 도중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최근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중소기업 오너의 인수 요청을 또 한 번 거절해야 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중소·벤처기업 매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줄 임자가 마땅치 않다. 헐값에 회사를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나라` `기업하기 싫은 나라`가 됐다는 의미다. 30일 한국M&A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매물로 나온 중소·벤처기업 410곳 가운데 매각이 됐거나 성사 가능성이 높은 건수는 10건이 채 안 된다. 최실근 한국M&A거래소 부사장은 "최근 M&A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고 초대형 빅딜이 종종 화제가 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기업들 얘기"라며 "네임 밸류가 떨어지는 대다수 중소·벤처기업은 인수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매물로 나온 기업 상당수는 실적 악화와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매도 희망 기업 1061곳 중 무려 56.3%가 이런 이유로 회사를 매물로 내놨다.
자녀가 승계를 원하지 않거나 세금 문제에 가로막혀 가업승계를 포기하게 된 것도 회사를 팔기로 결심한 핵심 이유(12.9%)다. 이 밖에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편안한 인생을 추구하려는 욕구도 회사를 매각하는 중요한 이유(11.7%)로 꼽혔다.
산업용 공구 제조업체 K사 대표는 "우리나라는 증여세가 너무 과해 (아들에게) 물려줄 엄두도 못 낸다. 갈수록 경기는 안 좋아질 것 같은데 정부 정책은 되레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으니 사업할 맛이 안 난다"며 "그렇다면 우리같이 인기 없는 중소기업에 선택은 한 가지(사업 포기·회사 매각)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설립한 지 10년 넘은 회사를 올해 초 매물로 내놓은 한 외식업체 대표는 "가뜩이나 음식업종 경기가 매우 안 좋은데 최저임금까지 상승해 도저히 이윤을 남기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지금도 쉽지 않지만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돼 회사를 팔기로 결심했다"고 푸념했다.
업종별로는 프랜차이즈 등 서비스업이 가장 많은 비중(12.3%)을 차지했고 일반 제조업, 부품·소재·화학 업종이 각각 11.1%, 10.9%로 뒤를 이었다.
한 중견 PE 대표는 "전기차, 인공지능, 공장 자동화, 바이오 등 비교적 미래가 밝은 기업들도 매물로 나온 곳이 많기 때문에 이런 곳만 검토하기도 바쁘다"며 "반면 일반 제조업은 아무리 지금 이익이 나고 있다고 해도 부담스럽고, 설령 공짜로 준다고 해도 살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 경영자들 마음은 더욱 타 들어간다. 한 베어링 업체 대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봉착하면서 우리 회사도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내 나이도 70세를 바라보고 자식들도 딱히 사업에 관심이 없어 하루빨리 사업을 접고 싶은데 회사를 파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재무 자료가 확보된 매도 희망 기업들의 평균 매출 규모는 104억원으로 나타났다.
평균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8%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실적인데도 성장·발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 소기업을 지나 중기업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런 기업이 경영혁신이나 가업승계 대신 사업 포기를 택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 그래도 사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이 경영 의지를 더욱 꺾는 방향으로만 가서는 곤란하다"며 "소득주도성장도 좋지만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정책으로 기업가정신을 북돋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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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접겠다" 쏟아지는 中企매물
한국M&A거래소 상반기 집계
하지만 좀처럼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대부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각에 실패하면 구조조정이나 폐업, 파산 절차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 풀뿌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벤처 기반이 흔들리면서 고용 환경이 더욱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M&A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 거래소를 통해 매물로 나온 중소·벤처기업은 360개다. 작년 같은 기간(250개)보다 무려 44% 늘었다. 2016년 연간 매물은 120개 안팎이었다. 2년 만에 매물 규모가 3배로 늘어난 셈이다.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매물은 지난 7월 한 달간 추가로 50개 증가했다. 따라서 올 들어 7월까지 매도 희망 기업 수는 410개로 집계된 상태다.
최실근 한국M&A거래소 부사장은 "작년 한 해 중소·벤처기업 매물이 총 538개였는데 올해는 7월까지 벌써 400개를 넘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연간 기업 매물이 700개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국M&A거래소는 국내 최대 M&A 중개 전문 회사다. 회사 규모를 가리지 않지만 이 거래소를 활용하는 회사는 대부분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이다. 이 회사 데이터에 잡히지 않은 매물도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 매도 희망 기업 수는 이 회사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로는 제조업 불황에 따른 생존 위기와 자금 부족 등이 꼽힌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등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져 상당수 회사 오너가 경영 포기를 결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도한 상속·증여세로 가업 승계가 녹록지 않다는 점도 매물 급증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회사를 팔고 싶어도 매수자를 찾는 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팔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임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은 매각 성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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