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 ] [폭발하는 M&A 한국은 뒷짐만] 공격적 M&A로 ‘성장 사다리’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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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MX 작성일15-07-02 16:56 조회39,954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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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 시장 살리는 5가지 전략…불필요한 규제 과감히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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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 활성화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지난 3월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M&A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M&A 시장은 그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작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더욱 위축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해외의 수많은 기업은 수시로 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M&A로 낡은 것을 버리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으로 사모 펀드(PEF) 등 M&A 매수 주체에 가해졌던 시장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금융·세제 혜택이 확대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40조 원이었던 M&A 시장 규모를 3년 후 70조 원까지 불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M&A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M&A 건수는 2010년 811건에서 지난해 400건으로 불과 3년 새 반 토막으로 줄었다. 거래 규모도 시가총액 대비 3.52%로 싱가포르(7.65%)·영국(5.95%)·미국(3.52%)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적다. M&A 시장의 침체기로 현재 중소 벤처기업 투자 자금의 원활한 회수가 어려워지고 M&A를 통한 제2의 성장 기회도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M&A 시장을 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7월 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M&A투자협회와 한국M&A거래소 주최로 ‘2014 한국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M&A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을 토대로 해결 방안 다섯 가지를 정리했다.
파산 직전 ‘M&A’는 너무 늦어
우선 전문가들은 적절한 매매 타이밍을 강조했다. 김석균 KDB산업은행 인수합병부장은 “한국 경영자들은 기업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이른바 소유 경영 의식이 강해 구조조정 방안으로서 기업을 내다 파는 것에 아직까지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실물 자본(기업)’을 계속 지켜 나가겠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적절한 시기에 기업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경영의 탄력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아예 몰락하는 사례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김 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추고 빨리 결단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 불황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M&A에 참여하려고 하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에 기업을 파는 게 어려워져 재무 구조 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선제적 M&A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M&A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김옥진 제너럴일렉트릭(GE) 인터내셔널 전무는 “M&A에 대한 한국 특유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은 매력적이지 않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M&A를 그저 구조조정의 수단 정도로만 여긴 결과다. 그는 “해외 기업들은 그 기업의 미래 전략과 방향에 맞지 않으면 설사 현재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그 회사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다른 회사들을 M&A해 성장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 원장도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사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회사를 시장에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GE의‘자발적 M&A’에 주목했다. GE는 M&A를 탈출 수단으로 사용하는 대신 포트폴리오의 다변화와 성장을 위한 재집중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GE는 2000년 보험·캐피털·플라스틱&미디어·기반사업(Infrastructure) 등 총 4가지로 나눠져 있던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2014년 현재 캐피털 40%와 기반 사업 60%로 다시 짰다.
우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사에 많은 수익을 안겨준 부동산 자산을 대폭 정리했고 NBC유니버설의 지분 51%를 매각했다. 2007년엔 플라스틱 사업 부문을 아랍권 기업에 116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이는 더 이상 화학 비즈니스를 하지 않고 기반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 하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반대로 매수자로도 적극 나섰다. 성장 엔진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6월 알스톰의 에너지 부문을 169억 달러에 인수했고 지난해엔 석유 시추용 펌프 제조 업체인 러프킨 인더스트리즈를 33억 달러에 사들였다. 38%의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말이다. GE는 이를 통해 석유 및 가스(O&G) 사업에서 전자 펌프 쪽 생산 라인을 구축해 큰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전무는 “한국 기업들도 아무리 이익이 나는 좋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향후 전략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정리하고 거기에서 조달된 현금으로 미래의 회사 전략에 맞는 기업을 인수해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M&A 활성화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중소기업은 약 300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다. 중소기업 M&A가 살아나야 국내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얻는다는 뜻이다.
M&A로 벤처 자금 회수해야
김 부장은 “대기업들은 M&A를 위한 풍부한 내부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수의 투자은행(IB)·회계법인·법무법인 등 지원이 항상 뒤따르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며 “중소·벤처기업은 M&A 의향이 있더라도 정보가 지나치게 부족하고 기업 실사와 인수 자금 마련, 회계·컨설팅 등 현실적인 접근에 제약이 많다”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은 성장 모멘텀 확보가 절실하지만 신용도 평가가 어렵고 투자 규모가 작다 보니 M&A 시장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승훈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용본부장은 “창업하고 성장시킨 후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재투자가 일어나는 ‘벤처 선순환’ 과정을 위해선 기업공개(IPO) 다음으로 M&A가 중요한 수단인데 국내에선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본부장은 중소 벤처기업 M&A 부티크(사설 중개 기관) 시장을 활성화하고 M&A 매칭 펀드를 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12년부터 중소·벤처기업 M&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시장인 M&A 거래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이용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 활발한 수준은 아니다. 이 본부장은 1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M&A에 대해선 민간 중개 기관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을 위한 M&A 매칭 펀드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우거나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중소기업에 실탄(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M&A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인수 금액 중 일부를 매칭 투자하는 사모 펀드인 ‘국민연금 해외투자매칭펀드’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 밖에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M&A 지원 펀드를 확대하거나 기업의 정상화를 이끄는 사모 펀드(PEF) 및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활성화를 위한 각종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크로스보더 M&A’의 경우엔 법률·재무·회계적 조언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스보더는 통상적인 국내 M&A보다 어려움이 따른다. 언어적인 차이로 소통 비용이 발생하고 제도·문화·법률상의 차이로 협상이 지연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시장만으론 성장의 한계가 있는 한국 기업들에 크로스보더 M&A가 선택 아닌 필수며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크로스보더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장, 첨단 기술, 브랜드 지향의 크로스보더 M&A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깃을 발굴하고 현실적인 인수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우회 상장에 부정적 시선 바꿔야
M&A 자문의 베테랑인 법무법인 광장의 이형근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외국에 진출해 현지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전문가들과 협의하는 시기가 상당히 늦다”며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기업은 내부 인력만으로도 협상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적정한 타이밍에 전문가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M&A보다 크로스보더 M&A일수록 조언자와 협업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비용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끝으로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만들어진 M&A 관련 규제를 보다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상수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IPO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우회 상장(역합병) 및 SPAC 상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역합병은 비상장 기업의 덩치가 더 커 규모가 작은 상장 기업과 M&A 후 오히려 비상장 기업이 실질적으로 살아남는 합병을 뜻한다. 유 전무는 “얼마 전 용감하게 합병을 발표한 비상장 기업인 카카오와 코스닥 상장 기업인 다음의 사례가 대표적인 역합병 사례”라며 “이 사례도 관계 기관에서 질적 심사를 거쳐야만 합병 가능 여부가 결정된다”며 제도 완화를 제안했다. 한국거래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증시 입성을 돕기 위해 마련한 우회 상장 제도가 악용되자 2011년 제도를 개선해 질적 심사 요건을 도입했는데 이 제도가 까다롭다 보니 우량한 비상장 기업들이 상장 기업과의 M&A를 꺼려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 전무는 세법상 적격 합병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법상으로 A기업이 B기업을 인수할 때 B기업에 인수 대가로 주식과 현금만 지급할 수 있는데, 합병 대가의 80% 이상을 반드시 주식으로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A기업이 M&A를 하기 2년 이내에 B기업 주식을 샀다면 이때 사들인 주식은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면 주식 80% 이상이라는 적격 합병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어 애써 합병하려고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 이창헌 한국M&A투자협회 회장
“1+1=3 되는 성장형 M&A가 바람직”
한국자산운용 대표 출신으로 2009년부터 사단법인인 한국M&A투자협회를 이끄는 이창헌 회장은 올해 2월 중소기업 M&A를 촉진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한국M&A거래소를 설립했다. 한국M&A거래소는 국내 M&A 성사 비율이 한 해 약 10%에 불과한 현실을 반영해 적절한 매수자·매도자를 찾는 데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M&A 관련 내부 전문가와 25명의 회계사·변호사 등을 확보해 자문·중개 업무를 수행한다. 쉽게 말해 기업들의 커플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는 셈이다.
한국 기업과 해외 기업들이 M&A를 대하는 가장 큰 차이가 뭔가.
“한국 경영자들은 기업의 소유 의식이 남달라 기업을 절대 팔지 않으려고 하고 하다하다 안 될 때 내놓는다. 하지만 미국의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은 마인드가 전혀 다르다. 기업 가치가 높을 때 제값 이상을 받고 파는 경우도 많고 아예 M&A를 위해 창업하는 똑똑한 벤쳐 창업가들도 상당수다. 한국 기업들만 해외 기업에 비해 M&A에 소극적인데 만약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그간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으로 버텨 온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걷잡을 수 없이 약화될 것이다.”
최근 국내 M&A 트렌드는 뭔가.
“1, 2세대 창업주들을 중심으로 가업 승계를 위한 M&A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신의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거나 마땅한 후계자가 없을 때 유능한 제삼자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싶어 이를 추진하는 사례들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3월 정부는 토종 사모 투자 펀드(PEF)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혜택 등을 통해 M&A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효과적인가.
“방향은 맞지만 우선순위 설정엔 아쉬움이 남는다. 중소기업을 농촌 총각으로 비유하자면 결혼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신붓감이 없고 신붓감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만약 농촌 총각이 결혼하면 결혼 자금을 지원해 주고 가구를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매칭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정보와 기회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고 이를 위해 민간 기관과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바람직한 M&A 방법은 뭔가.
“M&A는 크게 생존형과 성장형 M&A가 있다. 생존형 M&A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M&A를 해야 하는 기업들이 취하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론 성장형 M&A를 추구해야 한다. 성장형 M&A를 하면 두 기업 모두에 시너지가 발생한다. 이를테면 높은 화소 기술을 보유한 중견 카메라 기업 A사와 손떨림 방지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B사가 M&A를 하면 ‘1+1=3’ 이상의 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젠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의 수많은 히든 챔피언, 우수한 기술력의 벤처기업과 결합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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